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Много ли человеку земли нужно)》 러시아 원전을 그대로 완역한 책이다.
가난한 농부 파홈이, 토지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여유로움을 잃고 어려움을 겪는 과정이 그려졌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했던 톨스토이의 정신이,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표현된 작품이다.
책 내용 중에서
... 파홈 부부는, 땅값을 어떻게 마련할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틈틈이 모아둔 돈이 100루블 가량 있었고 키우던 망아지 한 마리와 뒷마당에 벌을 치며 늘려온 벌통들 중 그 절반을, 통 속에 든 꿀벌들과 함께 이웃에게 팔았다. 아들을 부잣집에 일꾼으로 보내기로 한 후 그 품삯을 선불로 받고, 처남에게서도 돈을 일부 융통해 필요한 땅값 중 절반을 빠듯하게 채울 수 있었다.
조그만 숲이 포함된 15데샤티나의 땅을 미리 눈여겨보아 두었던 파홈은, 돈을 손에 쥐자마자 한걸음에 지주를 찾아가 땅값을 흥정하고 악수를 한 뒤 곧바로 계약금을 지불했다. 그리고 읍내 관청에 가서 매매 등기를 했는데 땅을 이전받을 때 땅값의 절반을 치르고 나머지는 이 년 안에 나누어 갚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해서 파홈도 그예 자신의 땅을 갖게 되었다. 그는 새로 산 땅에 부리나케 쟁기질을 하고 좋은 씨앗을 구해 와 넉넉히 뿌렸다. 덕분인지, 첫해 농사가 기대 이상으로 잘되어서 땅을 산 지 채 일 년이 지나기 전에, 땅값 중 치르지 못한 잔금뿐 아니라 처남에게서 빌린 돈까지 모두 갚을 수 있었다. 다음 해 그는 다시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 이제 다른 사람 눈치볼 필요 없이, 자신의 목초지에 가축들을 풀어놓아 마음껏 풀을 뜯게 하고, 집에서 말뚝이나 장작으로 쓸 나무도 자신의 숲에서 양껏 베어 왔다. 영원히 자신의 소유가 된 밭을 갈러 나가거나 목초지를 둘러볼 때마다 파홈은 더없이 기쁘고 마냥 흐뭇했다. 이제 온전히 자신의 것인 그 땅 위에서 자라는 꽃이며 나무며 어느 것 하나도, 예전 남의 것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히 느껴졌다. 예전에 그 앞을 지나쳐 걸었을 땐 다른 땅들과 견주어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었지만 이제 파홈에게 그 땅은 완전히 다른, 아주 특별한 곳으로 여겨졌다.
레프 톨스토이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년 9월 9일~1910년 11월 20일)은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 개혁가, 사상가이다. 사실주의 문학을 추구했고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의 장편 소설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바보 이반》 등의 중편 소설이 잘 알려져 있다.
윤용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했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하며 현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고 외국인들을 위한 다수의 한국어 교재를 발행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번역한 작품으로 ≪톨스토이 단편선≫, ≪토머스 하디 단편선≫, ≪이방인/알베르 카뮈≫,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위대한 개츠비/F. 스콧 피츠제럴드≫,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더버빌가의 테스/토머스 하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