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두 노인(Два старика)》 러시아 원전을 그대로 완역한 책이다.
예핌과 옐리세이, 두 노인이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가면서 겪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했던 톨스토이의 정신이,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문체와 빈틈없는 구성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책 내용 중에서
... 한동안 생각에 잠긴 뒤, 예핌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 오두막을 짓는 데 예상보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 성지순례를 빈손으로 다녀올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가 각자 적어도 100루블씩은 있어야 할 텐데, 그것도 적은 돈은 아니지 않나?”
옐리세이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끼, 이 사람! 제발 그 벌받을 소리 좀 하지 말게. 재산이 나보다 열 배는 더 많은 자네가 지금 내 앞에서 돈 걱정을 하겠단 건가? 그런 쓸데없는 소릴랑은 그만두고 그저 언제 떠날 건지나 빨리 말하게. 지금 내 수중엔 땡전 한푼 없지만 막상 떠날 때가 되면 또 어떻게 방법이 생기지 않겠나?”
친구를 따라 예핌도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상에나! 자네가 그렇게 능력 좋은 인물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네그려! 그래, 100루블이나 되는 큰돈을 어떻게 마련할 텐가?”
“일단 집에 있는 돈을 다 긁어모아 보고 그걸로 부족하면 우리 집 벌통을 열 개쯤 이웃에게 팔 생각이네. 그러잖아도 옆집 남자가 오래전부터 우리 집 벌통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거든.”
“그렇게 팔아버리고 나서 올해 그 벌통에서 꿀이 많이 나오면 좀 후회되지 않겠나?”
“후회? 아닐세, 친구! 나는 평생 후회란 걸 해본 적이 없네. 그동안 주님께 죄를 지은 것 말고는 말이야. 더구나 이번 성지순례는 내 영혼을 맑게 하는 일이거든. 세상에 자신의 영혼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네.”
레프 톨스토이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년 9월 9일~1910년 11월 20일)는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 개혁가, 사상가이다. 사실주의 문학을 추구했고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의 장편 소설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바보 이반》 등의 중편 소설이 잘 알려져 있다.
윤용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했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하며 현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고 외국인들을 위한 다수의 한국어 교재를 발행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번역한 작품으로 ≪톨스토이 단편선≫, ≪토머스 하디 단편선≫, ≪이방인/알베르 카뮈≫,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위대한 개츠비/F. 스콧 피츠제럴드≫,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더버빌가의 테스/토머스 하디≫ 등이 있다.